12월22일 [대림 제3주간 토요일]
루카 복음 1장 46~56절
<나를 돌보아주시고 이끌어주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시다.>
어제 등산을 했습니다.
섬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거의 매일 등산을 하는데요.
걷다보면 마음속에 어지럽혀 있던 것들이 저절로 제자리를 찾고 맞춰지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또 서운한 감정이나 미워하는 마음들이 녹아 없어지는 그런 느낌도 들고요.
평소의 공부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리가 되면서, 그 생각들이 나의 것으로 새롭게 구성되기도 하고, 한 걸음 더 발전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길이 끝날 때쯤 ‘조금 더 걷고 싶다...’하는 마음과 함께 늘 아쉬움이 남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걷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걷기 전에 설레이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어제도 그렇게 길을 걷는데요.
길이 끝날 때쯤 신학교 1학년 때 부제님에게 받았던 질문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당시 영성관에 살았던 부제님이 저를 보고 ‘쟤는 어떤 아이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으셨던 거 같습니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하셨었는데, 그 중에 ‘기현아, 넌 뭘 좋아하냐? 취미가 뭐냐?’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잘 하지 못했었습니다.
제가 하는 놀이 대부분의 것들이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신학교 저학년 때 모임 후에 게임방에 가는 일들이 많아서 같이 어울리다보니 온라인 게임의 아이디가 있었고,
당구도 잘 치지는 못하지만 그냥 치기는 하구요.
운동도 어울려서 하기는 하지만 ‘정말 좋아...’ 하는 것들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부제님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었는데요.
지금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이제는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조용한 숲길을 혼자 걷는 겁니다.’ 라고요.
그러면서 혼자 웃었는데요.
생각해보면 신학교에 들어가서 신부가 되고 사제로 살아가면서 주님의 이끄심에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니, 행복하게 사는 게 무엇인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를 조금씩 배우고 깨닫게 되는 거 같습니다.
말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대인관계도 빵점인 저에게 걸음마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주님 덕분에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노래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수 있게 되었고, 어제는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거죠.
그러한 소박하고 작은 깨달음이 주님께 감사를 드리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아마 성모님도 가난한 시골 처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돌보아주셨던 하느님께 그런 감사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감사함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의 자리에 가까이 오셔서 나를 돌보아주시고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껴봅시다.
주님께 감사와 찬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남이 먹으면 맛있고, 내가 먹으면 맛 없는 것은?
: 골탕
인천교구 김기현 요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