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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축일

5월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축일] <애기 아빠 들어오세요!> 저희 수도원에 상처입은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시고, 거기다 아주 재미있게 동반해주시는 수사님이 한분 계십니다. 한번은 수사님이 담당하고 있던 고2 짜리 여자 아이가 감기가 심해 병원에 갔다가, 깜짝 놀랄 일을 발견했습니다. 뭐겠습니까? 그 소녀가 임신을 한겁니다. 범인이 누구냐고 아무리 캐물어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고민고민 끝에 아이를 잘 설득해서, 수녀님들께서 운영하시는 미혼모의 집에 가서 아이 낳고, 입양을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사님은 소녀를 미혼모 집으로 보내기 전날, 태아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데리고 갔습니다. 소녀가 진료실에 들어가고 나서, 수사님이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진료실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고개를 조금 내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기 아빠 들어오세요!” 그럴 때 저 같았으면, ‘저 애기 아빠 아닌데요, 전 천주교 수사인데요.’ 했을텐데, 이 수사님이 얼마나 웃기는 사람인지... 그냥 “예!” 하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떨결에 수사님은 어린 소녀에게 나쁜 짓한 애기 아빠가 된 것입니다. 들어갔더니 임산부는 배를 드러내놓고 누워있고,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 기계를 임신부 배위 얹고 여기 저기 돌리고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수사님 얼굴을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심상찮았습니다. “보아하니 나이도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해도 해도 너무하네.”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왈,“애기 아빠도 보셔야 되. 저기 아이 움직이는 거 보이죠?”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태아의 영양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니 산모를 잘 먹이세요!”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컴퓨터에서 태아 사진을 하나 프린트해서 수사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얼떨결에 어린 소녀를 건드린 사람으로 오해를 받은 수사님은 태아 사진을 받아 성무일도 안에 끼워놓고, 오래오래 산모와 아기를 위해 기도했답니다. 기도 덕분이었는지 미혼모는 건강한 아이를 순산했고, 좋은 가문으로 입양시켰습니다. (‘오마이 파더 오마이 시스터’ 생활성서사 참조) 곰곰히 생각해보니 수사님은 어린 나이에 덜컥 아이를 갖고, 당혹스러워했던 고2짜리 소녀를 참 잘 동반하셨습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벌어진 일, 어찌 할 것인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이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서로를 위해 가장 좋은 길을 찾은 것입니다. 실수한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고, 호통치지도 않고, 무엇이 그 소녀를 위한 최선의 길인가? 고민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동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아기 예수님을 막 잉태하셨던 나자렛의 마리아 역시,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고2짜리 소녀와 거의 흡사한 미혼모였습니다. 나이도 비슷했습니다. 혼전 잉태 사실에 대해서 약혼자 요셉은 물론 부모님에게도 똑부러지게 설명할 길 없었던 나자렛의 마리아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과 당혹스러움은 정말이지 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브리엘 천사는 떠나가기 직전, 곤혹스러워하고 있던 마리아에게 힌트 하나를 줬습니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복음 1장 36~37절) 마리아는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라는 말씀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녀는 만사 제쳐놓고 서둘러 엘리사벳이 거처하고 있던 아인카림으로 길을 떠납니다. 지도상으로 확인해보면 나자렛에서 아인카림까지의 거리는 직선 거리로 약 120킬로 정도입니다. 요르단 계곡을 따라서 좀 돌아가면 160킬로나 되는 거리인데, 마리아는 그 먼길을 황급히 서둘러 걸어가셨습니다. 힘든 여행 끝에 아인카림에 도착한 마리아가 드디어 엘리사벳의 집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성령으로 가득 차있던 엘리사벳은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러웠던 나머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복음 1장 42절) 엘리사벳의 극진한 환대, 확증을 주는 메시지, 따뜻한 동반과 격려에 마리아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의혹과불신, 두려움과 걱정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잔잔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마리아는 하느님을 향한 기쁨과 감사의 찬가를 부릅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다 파악할 수 없겠지만, 언젠가 주님의 뜻이 자신 안에 이루어지길 굳게 믿으며, 그 유명한 마니피캇, 마리아 찬가를 부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복음 1장 46~48절)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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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백광열

등록일2018-05-31

조회수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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