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레이아웃이미지

5월29일 연중 제8주간 화요일

5월29일 [연중 제8주간 화요일] 마르코 10,28-31 <형제님, 무슨 일이십니까?> 언젠가 트럭을 몰고 뭔가 운반하다말고, 복장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본당에 미사를 도와드리러 가게 되었습니다. 겨우 정각에 도착했기에 저는 뛰다시피 성전으로 올라갔습니다. 허겁지겁 제대 왼편에 있는 제의방 문을 확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그곳은 제의방이 아니라 바로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었습니다. 바람이 확 들어오면서 신자들의 눈길이 제게로 확 쏠리더군요. 당황한 저는 한동안 안절부절 하다가 겨우 제의방문을 제대로 찾았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살았구나’ 하며 문을 여는 순간, 한 신사분이 제 팔을 꽉 잡으시더군요. 그리고 제 아래 위를 한번 훑어보시더니 이렇게 경고를 주셨습니다. “형제님, 무슨 일이십니까? 거기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형제님’이란 호칭, 그때 들어보니 참으로 괜찮은 호칭이었습니다. ‘아저씨’, ‘어이’, ‘저기요’ ‘형씨’ 이런 칭호보다 얼마나 예의바르고 정감이 갑니까? ‘형제님’, ‘자매님’ 아마도 우리 가톨릭교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호칭일 것입니다. 약간 어색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이런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는 것인지도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형님이면 형님, 아우님이면 아우님이지 형제님이 뭔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주 사용하다보니 이젠 일반화되었고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는 왜 서로를 향해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를까요? 이유가 있더군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으로 편입된 모든 사람들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식탁에 앉는 영적 가족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례 받은 사람들은 영적인 형제관계를 맺게 됩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 된 우리는 동일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합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자매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말로만, 또 호칭으로만 형제자매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로서의 형제자매인 것입니다. 이것은 교회 안의 살아있는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 궁극적으로 바라시는 바는 모든 장벽들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류가 하나 되는 것입니다. 모두가 한 형제자매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너와 나 사이에 가로막혀 있는 장벽, 인종과 인종 사이의 장벽, 국가와 국가 사이의 장벽, 그 모든 장벽들이 허물어지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부모 아래서 태어난 자녀들처럼 화목하게, 아기자기하게 지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소원이었습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 되게 하여 주십시오” 하는 간구는 바로 이런 배경을 바탕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라나선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수도생활을 계속할수록 ‘백배의 갚음을 받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예수님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종하기 위해 가족을 떠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본래 가족과의 유대도 훨씬 강하게 엮어주셨는가 하면 더 많은 영적가족들을 선물로 주시더군요. 종신서원도 했겠다, 서품도 받았겠다, 이젠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한번 품에 안아보는 것은 물 건너 갔구나’ 생각했었는데, 수백 수 천 명의 또 다른 아들들이 생겨났습니다. 부모님을, 그리고 형제를 떠나오게 되었으니, 이젠 정말 허전하겠구나, 쓸쓸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따뜻하고 인정 많은 형제들이 다가왔습니다. 훌륭하고 덕망 높은 영적 스승님들, 영적 부모님들이 저희를 보살펴주시더군요. 예수님을 따름으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포기에 따른 상실감, 인간적인 아픔도 많겠지만, 그로인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상급은 그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노력이나 투자는 티끌보다 미미하지만 하느님의 보상은 태산보다 더 클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백광열

등록일2018-05-29

조회수428

403 Forbidden

Forbidden

You don't have permission to access /insiter.php on this server.

Additionally, a 403 Forbidden error was encountered while trying to use an ErrorDocument to handle the request.


Apache/1.3.37p5 Server at tjlink.co.kr Port 80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