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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5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11월15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맛보기 천국> 살다보면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합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비참한 현실 앞에도 서게 됩니다. 종합 검진 결과를 들으러 담당 의사를 만나러 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습니까? 아마도 하늘이 노래지면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체험하시겠지요. “암이 이미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오랫동안 검진을 받지 않은 것이 화가 된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짧으면 1개월, 길면 3개월 정도 밖에 시간이 없다고 봅니다. 무엇이든 두 분이(특히 남편께서) 좋아하시는 것, 하고 싶으신 것을 하도록 하십시오.” 이런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언제나 자부심을 가지고 바라보던 고급스런 대저택, 고풍스럽던 유럽식 가구, 그 모든 것들이 일순간 빛을 잃고 퇴색되어버리겠지요. 장롱 속에 걸려있는 값나가는 모피코트들, 세련된 고급양복들, 영롱한 보석들, 그 모든 것들이 의미를 상실하겠지요. 주변의 모든 것들이 폐광이 되어버린 광산처럼 음산한 회색빛을 띄겠지요. 지금까지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 충만한 가정생활의 증표라고 여겼던 것들이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몸에서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 전신이 텅 빈 느낌이 드는 순간, 어쩌면 이 지상에서부터 지옥을 체험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그 반대의 순간도 있습니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절망의 나락에서 그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에 의해 간신히 빠져나오는 순간, 그 순간은 천국을 체험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나를 심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그 ‘인간’, 내 인생을 망쳐놓은 그 ‘짐승’ 때문에 가슴에 무거운 돌덩어리 하나를 달고 살았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용서가 되지 않아 미칠 것만 같았는데, 그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와 배려에 의해 마음의 돌을 내려놓은 순간, 그 순간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가는 순간일 것입니다. “짧으면 1개월, 길면 3개월 정도 밖에 시간이 없다고 봅니다. 무엇이든 두 분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십시오” 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두 분은 평생소원이었던 유럽여행을 떠났답니다. ‘짧으면 1개월, 길면 3개월이란‘ 거짓말 같은 현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아 거의 넋이 나간 남편의 등을 떠밀어 유럽여행을 시작한 아내는 머지않아 떠나갈 남편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더 이상 볼 수도 없는 남편이기에 여행기간 내내 지극정성으로 대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이 마지막인 듯 남편을 사랑으로 대했습니다. 극진히 섬겼습니다. 아기 돌보듯 세심하게 남편을 보살폈습니다. 매일 저녁 사랑의 작별인사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런 부인의 모습에 남편은 감동하게 됩니다. 비록 시한부 인생이지만, 극진한 아내의 사랑을 확인한 남편은 바로 그 아내를 통해서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게 됩니다. 아내에게 감사하며 이승을 마감합니다. 극진한 아내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평화로운 얼굴로 이 세상과 작별합니다. (스즈키 히데코, ‘하느님은 인간을 어디로 이끄시는가’ 생활성서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조금 더 촉각을 곤두세워 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조금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이 세상을 살펴본다면, 조금 더 감사하는 눈으로 이 세상에 눈길을 준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이 세상에서 천국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천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천국의 흔적’ ‘맛보기 천국’ ‘천국의 한 조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부부는 남은 2개월을 얼마나 충만히 살았던지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그 2개월은 우리가 100살까지 살았다 해도 얻을 수 없었을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천국은 매일을 충만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천국은 매 순간을 꽃봉오리로 여기며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입니다. 천국은 우리의 일상에 보다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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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백광열

등록일2018-11-15

조회수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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